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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by chocov 2025. 4. 10.

AI 윤리의 핵심 쟁점과 인간적 책임의 경계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거짓말’, 가능할까? –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한다는 개념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우선 전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AI는 의식이 없고,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으며, 자율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인간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듯,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한다는 표현은 엄밀한 의미에서 부정확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반론이 존재한다.
바로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출력했을 때, 그것을 거짓말로 간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다음과 같은 출력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에디슨은 뉴턴의 제자였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모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제품은 정부에서 공식 인증한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위와 같은 발언은 명백한 허위 정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정보는 대부분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오류, 확률적 언어 예측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다. 즉, 의도된 왜곡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판단한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AI가 “거짓말을 한다”는 표현은 비유적 표현이며, 본질적으로는 잘못된 정보 생성(misinformation generation) 혹은 허위 생성(hallucination)이라는 기술적 용어가 더 정확하다.

AI의 ‘거짓’은 누구의 책임인가? – 윤리, 법, 개발자의 딜레마

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윤리적·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윤리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현재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른다:

학습 데이터 수집: 대규모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수집

모델 설계 및 학습: 알고리즘이 수많은 패턴을 학습

출력 결과 생성: 사용자 요청에 따라 적절한 결과를 출력

이 과정에서 발생한 허위 정보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주체에 책임 소재가 분산된다.

① 개발자 및 설계자
AI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필터링 및 검증 장치를 설계한 주체.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알고도 방지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클 수 있음.

② 플랫폼 운영자
AI를 서비스 형태로 배포하고, 사용자에게 노출시키는 주체.
거짓 정보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광고/홍보에 악용될 여지를 제공하면 법적 책임 가능성 있음.

③ 사용자
AI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악용한 사용자.
딥페이크, 가짜 뉴스, 조작 콘텐츠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

결국 AI의 거짓 정보는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통해 어떤 정보를 만들고,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윤리의 핵심이다.

AI가 거짓말을 하도록 훈련받는 시대 – 의도된 조작과 윤리의 경계

흥미로운 사실은, AI가 실제로 “의도된 거짓말”을 하도록 학습되는 사례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AI는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도록 학습된다.

대표적인 사례:
게임 AI: 상대를 속이거나 전략적으로 거짓 신호를 주도록 설계

챗봇 마케팅: 사용자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 표현 사용

디지털 애이전트: 협상, 협업 과정에서 정보 일부를 숨기도록 훈련됨

군사적 목적: 정보 교란, 사이버 심리전에 활용될 수 있는 AI 모델 개발

이러한 AI는 인간이 직접 의도한 목적에 따라 ‘거짓을 말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AI가 자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AI를 조작하고 활용하는 행위이다.

윤리적 문제는 여기서 더욱 복잡해진다.
AI를 통한 거짓말이 “효율적이고 안전한 선택”으로 간주되는 순간,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신뢰를 파괴할 수 있다.

기업은 AI에게 경쟁 제품을 비방하는 광고를 작성하게 할 수 있다

정치 세력은 AI를 이용해 상대 진영을 비방하는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범죄 조직은 AI를 활용해 딥페이크 음성이나 영상으로 신뢰 관계를 악용할 수 있다

이처럼 AI의 ‘거짓말’은 기술이 아닌 윤리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의도와 책임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결론: AI의 거짓말은 인간의 그림자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도구이며, 알고리즘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도구를 통해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며,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 가능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우리는 AI가 만들어낸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AI가 말하는 것을 어느 수준까지 ‘신뢰’할 것인가?

AI 윤리는 단지 기술 개발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 사회, 제도가 함께 고민하고 통제해야 할 집단적 책임의 영역이다.

거짓말하는 AI란, 사실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 인간의 얼굴을 반영하는 거울일지 모른다.